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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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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유령 - 이효석 (City and Ghost - Lee Hyo-seok) 도시와 유령 이효석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나는―자랑이 아니라―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랍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서 유령을 목격하였다. 거짓말이라구?..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Lucky Day - Hyun Jin-gun) 운수 좋은 날 현진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 운수 좋은 날이었다. 첫 번째에 삼십전 , 두 번째에 오십전 -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매우 유용했다. 칼칼한 목에 술 한 잔도 적실 수 있고 그보다도 아픈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그 학교 문을 돌아 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첨지는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예요.”라고 물었다.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하고 김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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